(2006.11.20)
가격(price)은 화폐로 표시된 재화와 서비스의 값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와 서비스에는 모두 가격이 매겨지고, 그래야 거래가 이루어진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가격에 따라 판매와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가격이야말로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요, 시장경제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다.
시장가격이 없으면 엉뚱하고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과거 소련의 공산주의 사회에는 시장가격이 없었다. 가격이 있었지만 그것은 시장의 수요나 공급과 무관하게 당국이 정해놓은 숫자에 불과했다. 시장이 없으니 공급자에 대한 보상은 시장가격이 아니라 당국이 정한 기준에 따랐다. 처음에는 유리공장에 대해 생산된 유리의 면적에 따라 보상했더니 넓기만 하고 너무 얇아서 깨지기 쉬운 유리만 생산됐다. 당국은 보상 기준을 무게로 바꿨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겁기만 하고 너무 두꺼워 밖이 내다보이지 않는 유리가 만들어졌다. 시장경제 같으면 전혀 팔리지 않을 물건이다. 넓이나 무게 같은 기준이 시장가격의 기능을 대체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토머스 소웰 교수는 "가격은 온도계와 같다"고 말했다. 어떤 물건의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 물건이 부족하다는 표시다. 시장경제에선 이 신호를 보고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인다. 거꾸로 가격이 내린다는 것은 그 물건이 남아돈다는 신호다. 당연히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은 줄어든다. 온도계의 수은주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냉난방을 결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격은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신호기인 셈이다.
최근 배추 값이 폭락하면서 산지에서 배추 밭을 갈아엎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멀쩡한 배추를 폐기하는 농부의 심정이 오죽할까마는, 생산 농가 입장에서 보면 시장의 신호에 따라 공급량을 줄여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가 규제처럼 가격을 억지로 끌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이 고장 난 신호기를 보고 시장에서는 수요가 늘고 공급은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는 공급 부족과 청약 과열이 겹쳐 집값은 다시 오르고 만다는 것이다. 분양가 규제가 집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분양가 규제를 소웰 식으로 말하면, 흡사 날씨가 덥다고 온도계에 얼음을 갖다대 수은주를 낮추는 격이다. 그런다고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다만 온도가 내려갔다고 착각할 뿐이다. 이런 착시효과도 정책의 일부라면 할 말이 없지만.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