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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트린

최초작성 [Opentory 05.26 18:09] | 마지막 업데이트 [Opentory2 07.18 17:02] 이 문서는 총 155번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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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트린(Doctrine)이란 말엔 제국주의 냄새가 난다.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독트리나(Doctrina)에서 나온 말이다. 박사(Doctor)와 같은 어원이니 학구적이어야 맞다. 중세 유럽에선 종교적인 신념의 체계를 의미했다. 요즘엔 미국의 주요 대외정책 구상을 통칭한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고립'과 '간섭'이란 대조적인 두 노선으로 설명된다.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전략은 조지 워싱턴 이래 고립주의다. 1797년 두 번의 임기를 마친 워싱턴은 고별연설에서 "구대륙 유럽은 부패했다. 정치변동이 극심하고 이합집산이 빈번하기에 신대륙 미국이 관계해 이에 휘말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충고했다. 프랑스혁명 등으로 어수선한 유럽을 지켜보던 미국 정치지도자들의 당연한 선택이다. 고립주의의 첫 단추다.

독트린으로 불리기 시작한 고립주의로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의 선언이 유명하다. '먼로 독트린'은 유럽을 향해 "아메리카 대륙에 간섭하지 말라. 우리도 유럽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외친 '상호 불간섭' 정책이다. 중남미 국가들이 유럽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도록 추동하는 정책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유럽에 대해서는 고립이지만 아메리카 대륙 국가에 대해서는 간섭이다.

보다 노골적인 전 세계적 차원의 간섭주의는 '트루먼 독트린'이다. 냉전이 시작되던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밝힌 구상은 공산주의 소련으로부터 세계를 지키겠다는 이데올로기다. "미국 외교정책은 압제로부터 벗어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자유 국민을 지원해야 한다" 등등. 트루먼이 한국전쟁이 터지자마자 즉각 미군을 투입한 결단은 이런 철학으로 가능했다.

트루먼 독트린의 구절은 지난 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자유의 확산' 연설과 매우 흡사하다. 트루먼의 간섭주의가 부시 독트린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부시의 모습을 보면 주적(主敵)이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뀐 느낌이다.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8일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 천명하자 일부에선 '노무현 독트린'이라 부른다. 대통령이 역설한 대외정책이기에 독트린이랄 수 있다. 그런데 독트린은 구호가 아니라 힘이다. 그래서 지금까진 미국의 전유물이었다.

(2005. 3. 11)

오병상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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